그림을 어느 정도 그릴 수 있게 되면 오히려 답답해지는 시기가 옵니다.
초보 때처럼 큰 실수를 한 것도 아닙니다. 비율도 재봤고 눈코입 위치도 맞췄습니다. 그런데 완성된 얼굴을 보면 어딘가 불안합니다. 틀린 곳을 못 찾겠는데 어색합니다.
이 구간에서 막히는 분이 많아 원인을 정리했습니다.
하나. 부분은 맞고 전체가 틀렸습니다
눈 하나, 코 하나를 따로 보면 잘 그렸습니다. 그런데 그것들이 한 덩어리 위에 얹혀 있지 않습니다.
얼굴은 평면에 찍은 점이 아니라 입체 위에 붙은 것입니다. 머리뼈라는 덩어리가 먼저 있고, 이목구비는 그 곡면을 따라 휘어져 배치됩니다. 정면에서는 티가 잘 안 나다가 고개가 조금만 돌아가면 바로 드러납니다.
비율표를 아무리 정확히 재도 이 덩어리가 없으면 얼굴이 종이처럼 보입니다.
둘. 좌우가 대칭입니다
사람 얼굴은 완벽한 좌우 대칭이 아닙니다. 그런데 그림은 대칭으로 그려집니다. 특히 디지털에서 좌우 반전 복사를 쓰면 더 그렇습니다.
대칭인 얼굴은 사람이 아니라 가면처럼 보입니다. 눈의 높이, 입꼬리, 눈썹 각도를 아주 조금씩 어긋나게 두는 것만으로 인상이 살아납니다.
셋. 목과 어깨가 따로 놉니다
의외로 여기가 원인인 경우가 가장 많습니다.
얼굴은 잘 그렸는데 목이 얼굴 바로 아래에 수직으로 붙어 있고, 어깨는 그 목 옆에 따로 놓여 있습니다. 머리는 목 위에 얹혀 있는 것이 아니라 목과 이어져 있는 것인데, 그 연결이 없으면 얼굴만 떠 보입니다.
얼굴을 아무리 고쳐도 안 풀리면 목부터 보셔야 합니다.
넷. 시선이 아무 데도 안 갑니다
눈동자를 그렸다고 시선이 생기지는 않습니다. 눈꺼풀의 두께, 눈동자가 눈꺼풀에 가려지는 정도, 양쪽 눈동자가 같은 지점을 보고 있는지까지 맞아야 시선이 생깁니다.
양쪽 눈이 각자 다른 곳을 보고 있으면 그림 전체가 불안해집니다. 원인을 못 찾겠을 때 흔히 여기입니다.
다섯. 명암을 안 넣고 판단했습니다
선화 상태에서 "어색하다"고 느껴 계속 고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런데 선만으로는 덩어리가 보이지 않습니다.
간단하게라도 명암을 한 번 얹어 보면 어디가 꺼지고 어디가 솟았는지 드러납니다. 그때 보면 정작 문제는 눈이 아니라 광대나 턱선의 형태였던 적이 많습니다. 선을 열 번 고치는 것보다 명암 한 번 얹는 편이 빠릅니다.
정리
얼굴이 어색할 때 얼굴만 고치면 대개 안 풀립니다. 원인이 덩어리, 목 연결, 명암 쪽에 있기 때문입니다.
애니톡 아카데미는 그림이 처음인 분부터 데뷔를 준비하는 분까지 개인별 1:1 수업으로 진행합니다. 지금 그린 것을 가져오시면 어느 단계에서 막혀 있는지부터 같이 봅니다.